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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숲, 열상장비에는 배경처럼…K2 전차 위장막의 진화

읽는 시간 약 11분

전차 위에 걸쳐진 그물 형태의 천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적의 눈과 각종 탐지 장비로부터 전차의 위치를 감추기 위해 설계된 위장체계다.

과거 전차 위장은 녹색과 갈색 무늬를 칠하거나 나뭇가지와 위장망을 덮어 주변 지형에 섞이게 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전장을 관찰하는 장비가 발전하면서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됐다.

현대의 정찰장비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근적외선과 열적외선, 레이더 반사 신호 등을 활용해 표적을 찾는다. 낮에 숲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한 전차도 야간투시장비나 열상감시장비에서는 주변과 다른 물체로 나타날 수 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형 K2 전차에 적용할 계획인 기동위장체계는 이처럼 여러 종류의 탐지 위협을 함께 고려한 장비다. 전차의 색과 윤곽을 흐리는 데서 나아가 야간투시장비와 열상장비 등에 포착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K2GF에 장착해 공개한 폴란드 업체의 위장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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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MSPO 2026’ 참가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지 방산업체 미란다가 개발한 기동위장체계를 소개했다.

미란다의 장비는 폴란드군의 요구에 맞춰 개발되는 K2PL 전차에 적용할 체계로 제시됐다. 당시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납품 중인 K2GF 전차에 해당 위장체계를 장착한 형태로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K2GF는 한국형 K2 전차를 바탕으로 폴란드에 우선 공급되는 모델이다. K2PL은 폴란드군의 운용 환경과 요구사항을 추가로 반영해 현지에서 양산할 예정인 개량형이다.

전시 차량에 장착된 장비와 향후 양산형에 적용될 최종 사양이 반드시 완전히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적용 범위와 구성은 K2PL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공개에서 주목받은 부분은 위장막을 씌운 상태로도 전차가 움직이고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전차를 특정 위치에 세운 뒤 대형 그물망으로 주변 전체를 가리는 고정식 위장과 달리, 기동위장체계는 차량 외부에 직접 부착된다. 전차가 이동할 때도 위장 기능을 유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영문 명칭인 MCS도 ‘Mobile Camouflage System’의 약자로, 이동 가능한 차량에 적용하는 위장체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장은 전차의 색보다 ‘특징’을 감추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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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전차를 발견할 때는 색과 형태, 움직임 등을 단서로 삼는다. 숲에서 녹색과 갈색 무늬를 사용하면 배경과의 색상 차이가 줄어든다.

전차 외부에 불규칙한 형태의 소재를 덧대면 포탑과 포신, 차체가 만드는 고유한 윤곽도 흐려진다. 멀리서 관찰했을 때 전차 특유의 직선과 모서리를 빠르게 알아보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군용 탐지장비는 사람이 보는 정보만 이용하지 않는다. 같은 물체를 서로 다른 파장 영역에서 관찰하면 가시광선에서 보이지 않던 특징이 드러날 수 있다.

야간투시장비는 아주 약한 빛을 증폭하거나 근적외선 영역의 반사 특성을 이용해 주변을 관찰한다. 사람의 눈에는 식생과 비슷하게 보이는 재료도 근적외선 영역에서는 나뭇잎과 다른 반사 신호를 보일 수 있다.

열상감시장비는 물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감지해 온도 차이를 영상으로 표현한다. 빛이 거의 없는 밤에도 물체와 배경 사이에 열 차이가 있으면 표적을 찾아낼 수 있다.

전차는 엔진과 배기계통, 구동장치 등에서 열을 발생시킨다. 태양광을 받은 금속 차체가 주변의 흙이나 식물과 다른 속도로 달아오르거나 식는 것도 식별 단서가 될 수 있다.

눈으로 볼 때 완벽하게 숲과 섞여 있는 전차라도 열상영상에서는 주변과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가시광선부터 열적외선·레이더까지 고려

미란다는 자사의 기동위장체계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열적외선, 레이더 영역을 함께 고려한 다중분광 위장체계라고 설명한다.

다중분광 위장은 하나의 관측 수단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센서가 표적을 식별할 때 이용하는 단서를 동시에 줄이는 접근법이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색과 무늬를 주변 환경에 맞추고, 전차 특유의 윤곽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근적외선 영역에서는 실제 식생과 위장 소재 사이의 반사 특성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야간투시장비로 관찰할 때 위장막만 지나치게 밝거나 어둡게 나타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열적외선 영역에서는 차체의 열이 특정 부분에 집중돼 보이거나 전차 고유의 열 분포가 그대로 나타나는 정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레이더 영역에서는 차량에서 반사되는 전자기파의 특성을 변화시켜 탐지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성능은 레이더의 주파수와 관측 거리, 차량의 방향, 위장체계의 재료 및 장착 상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의 위장막이 모든 탐지장비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영역에서 전차가 표적으로 분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탐지와 식별의 확실성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인 목적이다.

열을 없애는 장비가 아니라 열 흔적을 완화하는 체계

열상장비에 대응한다고 해서 전차가 발생시키는 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십 톤에 달하는 전차가 엔진을 가동하고 기동하면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엔진 주변과 배기구, 궤도와 구동장치 등은 운용 상태에 따라 주변보다 높은 온도를 보일 수 있다.

기동위장체계는 이러한 열이 외부에서 관찰될 때 전차의 형태와 위치를 곧바로 드러내는 정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전차 외부에 적용된 소재가 차체와 배경 사이의 겉보기 온도 차이를 완화하고, 열이 집중된 부분의 형상을 흐리게 만들면 관측자가 표적을 발견하거나 종류를 식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로템 역시 기동위장체계의 목적을 전차를 완전히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가시광선과 적외선 등 여러 센서에 노출될 위험을 낮추는 방호 수단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위장막을 장착한 전차가 열상장비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탐지 확률과 식별 가능성을 낮추는 수동형 생존성 강화 기술에 가깝다.

실제 효과는 계절과 기온, 습도, 햇빛, 지형, 전차의 운행 상태, 관측 거리와 센서 성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막과 설원, 숲과 도심에서 요구되는 색상과 열 관리 조건도 서로 다르다.

위장 성능만큼 중요한 전차의 정상 운용

전차용 위장체계는 표적을 가리는 성능만 높다고 완성되는 장비가 아니다. 전차가 가진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위장막이 운전자의 시야나 각종 관측장비를 가려서는 안 된다. 포탑 회전과 포신 움직임, 승무원 출입, 정비 작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장착 위치와 형상을 설계해야 한다.

엔진과 냉각계통에서 발생하는 열을 지나치게 가두면 차량 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전차 외부의 손잡이와 보관함, 조명, 센서 등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풀과 건물 잔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위장막이 쉽게 찢어지거나 주요 부품에 걸리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비와 눈, 진흙, 먼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돼도 일정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이 필요하다.

위장체계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차량 중량과 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파손된 부분을 현장에서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지도 실제 운용에서 중요한 요소다.

미란다는 차량별 구조와 운용 조건을 반영한 모듈 방식으로 기동위장체계를 제작한다고 설명한다. 전차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천으로 감싸는 방식이 아니라 부위별로 나눈 구성품을 장착하는 형태다.

모듈식 구조는 손상된 구역만 교체하거나 임무 환경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차량의 형태와 각종 장비 배치에 맞춰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위장 무늬와 색상은 운용 지역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숲이 많은 지역과 눈이 쌓인 지역, 건물이 밀집한 도시에서는 효과적인 배경색과 패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드론과 정밀무기 확산으로 커진 위장체계의 역할

현대 전장에서는 드론과 정찰위성, 유·무인 항공기, 지상 감시장비가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전장을 관찰한다.

표적의 위치가 확인되면 정밀유도무기나 포병 전력으로 관련 정보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 전차가 공격을 견디는 능력뿐 아니라 공격 대상이 되는 시점을 늦추는 능력도 중요해진 배경이다.

전차의 생존성은 장갑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적에게 발견되지 않는 것과 발견되더라도 정확한 종류와 위치를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공격이 시작됐을 때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것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동위장체계는 이 가운데 탐지와 식별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맡는다. 별도의 동력을 크게 사용하지 않는 수동형 방호체계라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위장막만으로 전차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작전 중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이동 흔적, 무선통신, 배기가스 등도 전차의 위치를 드러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전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거나 여러 센서의 정보를 함께 분석하면 위장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동위장은 지형 활용과 이동 경로 관리, 전자전, 능동방호체계 등 다른 전술 및 방호 수단과 함께 운용돼야 한다.

K2PL 현지화 전략의 한 축

미란다의 위장체계를 K2 계열 전차에 결합한 것은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폴란드 현지화 전략과도 연결된다.

현대로템은 K2PL 사업을 중심으로 폴란드 업체들과 생산 및 기술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개발한 전차에 폴란드 기업의 장비와 기술을 결합해 현지 군의 운용 요구를 충족하는 방식이다.

현지 기업이 공급망에 참여하면 폴란드군이 장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부품 공급과 정비, 성능 개선에 대응할 기반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란다의 기동위장체계는 K2PL에 폴란드 방산업체의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로 제시됐다. 단순히 완성된 전차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산업과의 협력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다만 K2PL의 구체적인 양산 사양과 위장체계의 적용 수량, 계약 규모, 현지 생산 범위는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확정해야 할 부분이다. 전시회에서 장비를 공개한 사실과 실제 대량 공급 계약이 완료됐다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K2 전차에 적용된 기동위장체계는 전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장비가 아니다. 사람의 눈과 야간투시장비, 열상장비 등 서로 다른 탐지 수단에 전차가 노출될 가능성을 동시에 낮추는 기술이다.

장갑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 공격을 받은 뒤의 생존성을 높이는 접근이라면, 다중분광 위장은 공격 대상이 되는 순간을 늦추려는 접근에 가깝다.

전차 위에 걸쳐진 그물 같은 소재가 단순한 위장천을 넘어 센서와 센서의 경쟁이 벌어지는 현대 전장의 방호장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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