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관,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가격정보 교환 판단…양사는 소명 예고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약 4년간 석유제품 가격정보를 교환했으며, 올해 3월에는 구체적인 판매가격에도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경쟁사와 공유한 자료가 이미 공개됐거나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였으며 실제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무처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 관련 사건의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지난 7일 두 회사에 발송했다.
심사관은 양사의 행위가 가격담합과 정보교환 담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는 공정위 사무처가 조사 결과와 제재 의견을 제출한 단계다. 실제 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 최종 제재 내용은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심사관이 지적한 행위는 크게 장기간의 정보교환과 두 차례의 가격 합의로 나뉜다.
공정위 사무처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2022년 2월부터 2026년 3월 무렵까지 약 4년 동안 입금가와 확정가, 판매정책 등의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2026년 3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입금가를 특정 수준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는 혐의도 심사보고서에 포함했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브리핑에서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의 행위에서는 가격을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조정하자는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3월 초에는 특정 가격을 적용하자는 의사 합치가 확인됐기 때문에 기존 정보교환 행위와 별도의 가격 합의로 구분했다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입금가는 정유회사가 주유소 등에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할 때 우선 적용하는 잠정 가격이다.
정유사는 다음 달 초 전월 거래에 대한 최종 가격인 확정가를 정한 뒤 입금가와의 차액을 정산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잠정적으로 적용되는 입금가뿐 아니라 최종 정산에 사용되는 확정가와 판매정책 관련 정보도 교환 대상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보교환과 가격 합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회사는 주고받은 내용이 이미 시장에 알려졌거나 사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으며 자사의 가격과 영업정책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입금가를 합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경쟁사와 가격을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HD현대오일뱅크가 공개한 설명에는 각 정보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공개됐는지, 경쟁사에 전달된 시점이 언제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도 브리핑 과정에서 두 차례 가격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근거 자료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증거는 향후 심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산정한 매출액은 약 44조1,000억원이다.
해당 금액의 대부분은 약 4년간 이어졌다고 본 정보교환 행위와 관련된 매출이다. 올해 3월 두 차례 가격 합의에 해당하는 매출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관련 매출액은 법 위반 행위의 범위와 과징금 등을 검토하기 위해 산정한 거래 규모다.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이나 두 회사가 얻은 부당이득을 의미하는 수치는 아니다.
정보교환과 가격 합의 혐의가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아직 정확하게 분석되지 않았다.
공정위 사무처는 2025년 경질유 시장에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약 절반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관련 행위가 시장 경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조사 대상이었던 GS칼텍스와 S-OIL에 대해서는 법 위반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검토한 뒤 위원회 심의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회사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심사보고서 상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향후 절차에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을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공정위가 확보한 증거자료의 열람과 복사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정위는 당사자들의 방어권 보장 절차가 마무리된 뒤 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심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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