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엔진 제작서 발사 통제까지, 한화에어로 민간 우주 역할 확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5차 발사에서는 민간 기업의 역할이 제작을 넘어 발사 현장 운용으로 확대됐다.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과 발사체 제작을 총괄한 데 이어 발사통제센터의 주요 콘솔까지 직접 조작했다.
누리호는 지난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예정된 비행 절차를 수행했다.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5기는 목표 궤도에 투입됐다. 함께 실린 큐브위성 10기 가운데 9기도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나머지 큐브위성 1기는 사출관 덮개가 열리지 않아 발사체에서 분리되지 못했다. 우주항공청은 발사체 자체의 비행과 주탑재 위성 투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임무를 성공으로 판정했다.
누리호는 2022년 2차 발사부터 이번 5차까지 네 차례 연속 발사 성공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발사체 움직이는 엔진 6기 조립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5호기에 장착된 액체로켓엔진 6기의 제작과 조립을 담당했다.
누리호 1단에는 75톤급 엔진 4기가 묶여 들어간다. 2단에는 같은 규격의 엔진 1기, 3단에는 7톤급 엔진 1기가 사용된다.
엔진은 발사 과정에서 극저온 산화제와 연료를 공급하고 높은 압력과 진동을 견디며 정해진 시간 동안 추진력을 만들어야 한다. 제작 이후에도 여러 단계의 시험과 품질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공급뿐 아니라 발사체 제작 일정과 부품 품질 관리도 맡았다. 국내 협력업체가 생산한 구성품을 하나의 발사체로 완성하는 과정 전반을 조율했다.
현재 국내에서 누리호와 같은 중대형 우주발사체용 액체로켓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콘솔 18개 직접 조작한 민간 인력
이번 발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발사통제센터 콘솔을 직접 운용했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통제센터에 설치된 22개 콘솔 가운데 20개 업무에 직원 23명을 배치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담당 콘솔을 직접 조작했다.

콘솔에서는 발사체 각 부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명령을 입력한다. 발사 전 점검부터 연료와 산화제 주입, 엔진 점화 준비까지 발사체 상태를 판단하는 핵심 업무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임무지휘센터에 투입된 6명과 발사대 인력 10명, 발사체 이송 및 안전 담당자 3명을 합하면 이번 발사 운용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력은 총 42명이다.
지난해 진행된 4차 발사 당시 참여 인원 32명보다 10명 증가했다.
4차 발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콘솔을 조작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옆에서 운용 절차를 익혔다. 5차 발사에서는 민간 직원들이 상당수 콘솔의 주운영자로 참여하고 항우연이 관리와 감독을 담당했다.
발사 운용 전체에 대한 최종 책임과 지휘는 여전히 항우연이 맡았다. 민간이 모든 발사 권한을 넘겨받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 장비를 직접 다루며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에서 역할이 한 단계 커졌다.
4차부터 제작 총괄 맡은 한화에어로
누리호 1차부터 3차 발사까지는 항우연이 발사체 제작과 총조립을 주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을 비롯한 주요 구성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변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2년 12월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과 협력업체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항우연으로부터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운용에 필요한 기술을 단계적으로 이전받는 과정도 진행 중이다.
고도화사업은 누리호를 반복 발사해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발사체 제작과 운용 역량을 민간 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 6차 발사서 참여 범위 더 넓힌다
2027년 하반기로 예정된 6차 발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운용 참여 범위가 더욱 확대된다.
발사책임자와 발사운용책임자를 비롯한 일부 지휘 업무는 항우연이 계속 담당한다. 이를 제외한 기술 이전 대상 콘솔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부분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발사체를 조립하는 장소도 달라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남 순천에 약 6만㎡ 규모의 스페이스허브 발사체 제작센터를 마련하고 있다.
누리호 6호기부터는 이곳에서 각 단의 조립을 진행한 뒤 해상으로 나로우주센터에 운송할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운송된 단을 하나로 연결하는 최종 조립과 발사 준비 작업이 진행된다.
후속 발사체와 달 착륙 임무까지 참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다음 세대에 해당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회사는 2024년 5월 차세대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다. 항우연과 함께 대형 위성 발사와 우주탐사에 활용할 발사체와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를 이용해 2030년 성능검증위성을 발사하고 2031년 달 착륙선 예비모델을 시험할 계획이다. 2032년에는 달 착륙선 최종모델을 보내는 임무를 추진한다.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과 기체 제작, 협력업체 관리, 현장 통제 업무를 함께 수행한 경험을 확보했다.
다음 6차 발사는 민간에 이전된 제작·운용 기술이 자체 생산시설과 조직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단계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중심 우주수송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복 발사를 통한 경험 축적과 독립적인 품질·안전관리 능력 확보가 남은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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