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서 245억원 주문 받은 한미반도체, 삼성전자 거래 확대 가능성은
삼성전기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기판 증설이 한미반도체의 장비 수주로 이어졌다. 계약 상대는 삼성전기지만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삼성그룹 전체를 언급하면서 향후 삼성전자와의 거래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6일 삼성전기와 244억8000만원 규모의 대면적 마이크로 쏘 앤드 비전 플레이스먼트(MSVP)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한미반도체의 지난해 연결 매출 가운데 4.24%에 해당한다.
계약은 2026년 10월 2일부터 2027년 12월 17일까지 진행된다. 한미반도체는 삼성전기의 생산 계획에 맞춰 장비 납기와 설치, 초기 가동 품질을 관리할 방침이다. 공개된 계약 내용에 따르면 공급 지역은 국내다.
이번에 공급하는 MSVP는 반도체 패키지를 정밀하게 자른 뒤 세척과 건조, 검사, 선별, 적재 작업을 연속으로 처리하는 후공정 장비다. AI 반도체 기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면적 제품 생산에 맞춰 설계됐다.
한미반도체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용으로 공급하는 TC본더와는 역할이 다르다. 이번 계약만으로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의 TC본더를 도입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삼성전기 대규모 기판 투자가 장비 발주로 연결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성장에 맞춰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FC-BGA는 AI 가속기와 중앙처리장치, 그래픽처리장치 등 고성능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핵심 기판이다.
회사는 세종사업장에 4조2700억원, 베트남 법인에 약 2조5100억원을 투자한다. 두 생산 거점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6조7800억원이다.
세종사업장 투자는 2026년 9월부터 2028년 5월까지 진행되며, 2028년 9월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 법인은 2030년 6월 공사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고객사의 투자금 지원과 중장기 물량 보장이 포함돼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I 서버용 기판의 대면적화와 고다층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설비 확충도 함께 추진한다. 삼성전기 공식 발표에 따르면 세종사업장 투자는 단일 제품을 기준으로 회사 역대 최대 규모다.
한미반도체가 공급하는 대면적 MSVP는 이러한 생산능력 확대 과정에 투입될 장비다. 기존에도 삼성전기에 일부 장비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한미반도체 연간 매출의 4%를 넘는 계약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거래 규모가 커졌다.
계약 상대는 삼성전기인데 삼성그룹 언급한 이유
곽동신 회장은 이번 계약을 발표하며 삼성전기가 아닌 삼성그룹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고객 만족을 우선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핵심 가치를 제공하는 데 회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룹 전체를 언급한 배경에는 한미반도체와 삼성전자가 쌓아온 과거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2011년 삼성전자 자회사였던 세크론을 상대로 반도체 후공정 장비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세크론이 한미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약 21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기술을 사용한 장비의 생산과 판매도 금지했다. 이 분쟁 이후 한미반도체와 삼성 계열사의 거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문을 낸 삼성전기는 당시 특허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삼성 측과의 분쟁 이력이 있는 한미반도체가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계약을 확보하고 곽 회장이 그룹 전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커졌다.
삼성전자와의 접점도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반도체대전에서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한미반도체 전시장을 방문해 HBM4용 TC본더를 비롯한 차세대 장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당시 곽 회장은 삼성전자가 원하면 TC본더 공급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의 거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공급 여부는 고객사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약 1년 뒤 삼성전기에서 244억8000만원의 주문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거래 대상이 삼성전자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HBM 장비 시장에서 보유한 경험과 삼성전자의 HBM 생산 확대 계획을 연결해 보는 시각이다.
다만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계약은 삼성전기에 공급하는 AI 반도체 기판용 MSVP에 한정된다. 삼성전자와의 TC본더 계약이나 장비 평가 결과는 이번 공시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기의 주문이 다른 삼성 계열사와의 추가 거래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나올 공급계약과 장비 발주 내용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곽 회장의 환영 메시지는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지만 삼성전자의 실제 주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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